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만드는 자들!! 경계하자!!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만드는 자들!! 경계하자!!

 

 

  세상에는 어떤 분야를 보든지 고수가 있다. 우리가 잘 알지만 장기나 바둑에도 고수가 있다. 한 수를 두지만 서너 수를 미리 본다는 고수가 있다. 어릴 적 바둑 고수라고 소문난 동네 아저씨에게 들은 말인데 바둑의 고수는 상대가 그렇게 바둑을 두도록 수를 만든다고 하는 말을 들었다. 그러니까 나만 잘 두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그런 방식으로 바둑을 두도록 유인한다는 말이어서 잘 모르지만 감탄한 일이 있었다.

 

  금번 간호법 문제를 보면 어릴 적 바둑 고수 아저씨의 말이 생각난다. 간호법을 강행 통과시킨 민주당은 상대방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고수의 비기를 두었다 보인다. 이제 여당과 윤대통령은 간호법을 거부해야만 하는 다른 선택이 불가능한 외통수에 걸렸다.

 

 

1. 윤대통령의 간호법 거부 이후에 벌어질 일

 

 

  윤대통령의 의무는 갈등과 대립으로 적대시하는 그룹들을 화해토록 하는 것에 있다. 이쪽에게 이롭게 하면 저쪽을 놓치고, 저쪽을 이롭게 하면 이쪽에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달려드는 국민적 갈등이 더 이상 확대되기를 원할리 없다. 하지만 지금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간호조무사가 서로 완전히 갈라서 있다. 숫자로 보면 후자가 훨씬 많고 기존 구조를 옹호한다. 간호사들은 간호법으로 새로운 의료 구조, 쉽게 말하자면 기존 구조를 깨고 자신들이 독립할 수 있는 새 구조를 만들자고 주장하는 형세이다. 그러니 윤대통령은 화해와 조화를 위해, 그리고 기존 구조의 유지를 위해 간호사들의 주장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민주당이 그린 시나리오가 작동한다. 윤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불통"을 외치면서 드러 눕는 전략으로 불통의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 민주당의 1차 목표다. 그러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까? 자신들을 위해 간호법을 단독 통과시켜 주었고, 자신들을 위한 법이 거부되니 드러누워 배 째라는 고함치는 사람들을 간호사들은 자기편이라 생각할 것이다. 2차 목표는 간호사들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거주한다고 한다는데에 있다. 그러면 이들의 표는 총선 때 고스란히 민주당의 수도권 호주머니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셈법은 대단한 가치가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을 방탄하다가 수도권의 민심을 거의 상실한 상태이다. 그래서 수도권에서 출마할 국회의원들이 이재명이 있으면 선거에 참패한다고 눈을 부라리고 있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들의 표를 긁어모을 수 있다면 민주당은 물론 이재명에게 마치 기다리던 단비와 같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가 맞고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이번 민주당의 간호법 단독 통과수는 고수의 비기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힘과 대통령은 눈깜짝도 못하고 외통수에 걸려 후폭풍을 맞아야 하는 처지에 서게 되었다.

 

 

2. 누가 장기를 두는 사람이고 장기판의 말이 되어야 하는가? 

 

  내가 주목하는 것은 정치적 수싸움이 아니다. 여당과 야당의 근본적인 자세에 대한 물음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민주당도 아니고 윤대통령도 아니다.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이 뽑아주었으니 국회의원이 있고, 대통령도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공복(公僕)들이다. 국민의 심부름꾼들이다. 그러므로 민주당과 국민의 힘이나 윤대통령의 수싸움을 그냥 정치싸움으로 보면 안 된다. 저들은 정치 싸움을 해도 국민을 위해 해야 한다. 이것이 저들의 임무요 의무이다.

 

  국민을 위해 정치 싸움, 수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면 민주당의 수는 고수의 비기는 맞지만 묵과할 수 없는 잘못이다. 왜 그런가? 결국 자기들의 장기판에서 국민을 장기알로 삼아 노닥거렸기 때문이다. 한 병원에서 서로 협력하며 일을 해야 하는 간호사와 그와 동조하는 그룹을 의사와 그들과 동조하는 무리로 편 가르기를 했다. 함께 협력해야하는 사람들이 서로 손해 볼까 봐 박 터지게 싸우고 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밥줄이 같은 두 사람의 흥정은 차단하고 싸움박질의 외딴 길을 만들어 밀어넣었다. 그런 사람이 박 터지게 싸우면 결국 누가 이득을 볼까? 어부지리(漁父之利)의 주인공은 누굴까?

 

  국민을 편 가르기를 해서 싸우게 만들고 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발상은 아무리 탁월해서 국민의 공복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국민이 장기를 두고 정치인들은 장기판에서 국민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올바른 민주주의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자기 장기판의 장기알로 만들어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오만한 행동이다.

 

 

3. 한국형 좌파가 가장 잘 사용하는 전투 전략

  고통을 재활용해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한국형 좌파가 가장 잘 사용하는 생존 전략, 전투 전략이다. 그들은 이 전략의 달인이다. 이 전략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고도의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만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편가름을 통해 고통을 극대화시켜서 간호사법을 주도적인 정치적인 어젠다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제 윤대통령의 거부권은 간호사법이라는 진지에 자신들의 깃발을 꽂는 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남는 것은 상처 입은 승리와 상처받은 패배가 될 것이다. 어쩌면 상처 입은 승리자와 상처받은 패배자는 다시 한번 더 한국형 좌파의 생존 전략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그들에게 고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재활용하는 좌파의 먹잇감 사냥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간호사법 다음에는 학자금무이자대출법, 방송 3 법, 노란 봉투법...

 

 

4. 우파의 여전한 대응 전략

  한국형 좌파의 전략이 국민의 고통을 재활용하는 것이라면 한국형 우파의 전략은 부지피부지기(不知彼不知己)이다. 적의 전략을 모르고 국민의 고통과 바람도 모른다. 두수 세수 너머의 수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간호법으로 제기된 주장들은 정치공학적 관점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로 돌진하는 우리 사회를 위한 대안으로 진지하게 토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제기된 간호법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령화 시대에 우리는 요양과 돌봄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의사들로서만 이 일을 감당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고, 이미 간호사들이 이 일의 얼마를 감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이 상황이 더 심해질 것은 일반인들의 눈에도 뻔하게 보이는 바다. 그러므로 가장 현실적이고 문제 해결이 잘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고 의료계의 구조와 임무를 재조정해서 보건의료인력 활용 방안을 만들어 놓았어야 했다. 하지만 2004년 첫 번째 간호법 추진 이후로 19년을 미루다 결국 좌파 외통수의 빙거로 만든 것이다.

 

  이제도 정부와 여당은 다시 문제로 제기되기 전 간호법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해서 고지전의 깃발이 아니라 토론의 장의 주제로 만들었어야만 했다. 그래서 양자를 설득하고 국민을 설득해야만 했지만 그렇게하지 못했다. 이는 좌파의 전략을 간파하지 못한 것에 이유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아직도 국민의 바람과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이유가 있다. 그래서 결국 국민이 정치인들의 장기판에서 왔다 갔다 하는 알이 되도록 만든 것이다.

 

  이것은 결코 국민을 위한 공복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간호사든 누구든 상처받고 승리자가 되거나 패자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비록 한 걸음이 아니라 반 걸음일지라도 모두가 승리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정상 아닌가? 이 상황을 만들 수 있는 자들이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치인들이고, 참된 정치 고수이다.

 

 

5.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만드는 자들 경계하자

  그러므로 우리는 국민을 장기알처럼 다루는 모든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좌파나 우파나 개인이나 정당이나 아무도 제외가 없다. 국민을 장기판의 졸로 보고 장기판에 세우려 하는 자들의 의도를 간파하고 국민을 장기판 위에서 서로 다투도록 방치한 자들에 대한 비판도 주저하지 말아야 대한민국이 유지되고 국민이 편하게 살 수 있다.

 

  의료계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은 간호법으로 제기된 주장들 일부는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서 요양과 돌봄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공론화한 것이라 평가한다. 정치 공방만 하면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찾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국민들은 간호사들에겐 반 걸음의 새로운 국면과 의사를 비롯한 반대자들의 반 걸음 양보를 정부와 여당과 야당이 제시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간호사나 의사가 존재하는 이유인 국민이 득을 본다.

 

  바라기는 야당은 정치적인 꼼수를 스톱하고 윤대통령은 가장 먼저 거부권을 주저하지 말고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여당은 야당을 이런 화해와 토론의 자리로 이끌어야 한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으니 최선책 말고 차선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간호사 그룹과 의사 그룹 모두가 윈윈 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