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핵으로 방어하는 핵억제이론!! 핵공포균형으로 본 워싱턴선언에 대한 평가와 전망(핵억제이론의 바탕이 되는 두 가지 깨달음, 핵공포 균형이 만들어낸 경제 전쟁, 핵억제이론으로 조망..

핵을 핵으로 방어하는 핵억제이론!! 핵공포균형으로 본 워싱턴선언에 대한 평가와 전망(핵억제이론의 바탕이 되는 두 가지 깨달음, 핵공포 균형이 만들어낸 경제 전쟁, 핵억제이론으로 조망하는 워싱턴 선언의 의미, 워싱턴 선언이 만들 수 있는 미래)

  미소 냉전 시절 지구상에 엄청난 수의 핵무기가 만들어질 때 수많은 사람들이 핵무기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거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일이 있었다.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의 실제 위력을 목격하고 인류는 핵무기가 상상 이상으로 무서운 것임을 직감한 것이다. 

  그런데 핵전쟁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고, 핵무기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리로 몰아붙였던 한 나라는 몰락하고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량 살상의 전쟁이 없는 평화의 시대가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보면서 학자들은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몰두하기 시작했고, 지금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설명이 “핵억제이론”(Nuclear Deterrence Theory)이다.

  이 이론은 워싱턴 선언이 과연 어떤 가치를 가진 것인지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잣대가 될 수 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이다. 특히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들은 이데올리기적 편향이 심해서 현실적이지 못하여 설득력이 적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십 년간의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로 평가가 되어 많은 설득력이 있는 정치, 군사적, 외교적 해석 이론으로 받아들여지는 핵억제이론으로 워싱턴 선언을 되새겨 보는 것은 아주 의미심장한 일이라 하겠다.

1. 핵억제이론의 바탕이 되는 두 가지 깨달음

  냉전 시대 전 세계가 핵전쟁의 공포에 빠져버린 것은 미국과 소련의 극단을 치닫는 핵경쟁 때문이었다. 미국과 소련은 서로를 향해 엄청난 수의 핵무기를 겨냥하고 손가락 하나만 잘못 까딱하면 핵무기를 발사할 것 같은 공포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미국과 소련 외에 다른 나라들이 핵무기를 가지게 되어 지구는 핵무기의 행성으로 핵공포가 극에 달하게 되었다. 

미국과 소련의 핵경쟁을 우화한 만화-미국의 케네디와 소련의 흐루쇼프

  그런데 실제로 그 이후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았고 아이러니하게 인류 역사상 지구촌에 대량 살상 전쟁이 중지된 평화의 시기가 찾아와 지금에 이르렀다. 이는 냉전시대를 살아간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으로 어째서 이런 평화의 시대가 찾아왔는지 설명이 필요했다.

  이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이 채택되는 이론 중 하나가 핵억제이론이다. 이 이론은 단순한 정치, 군사적 이론이 아니라 각 나라의 정책 입안자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주도적인 외교, 군사, 정치적 원리라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특히 미국은 물론 핵을 가진 대부분의 국가들의 전략가들이 핵 문제를 입안할 때 이 이론에 기초해서 대응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김정은의 핵도발도 이 이론 안에서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그 미래가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핵억제이론은 정치가나 학자들이 좋아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이론이 아니다. 사실은 매우 간단하고 본능적인 것으로 생존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깨달음이 핵심 사항이다. 핵억제이론을 구성하는 원리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깨달음은 다음과 같다.  

  1) 핵전쟁에는 승리자도 패배자도 없다 

  핵무기를 사용해 본 인류는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약에 핵무기로 서로 전쟁을 한다면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핵무기는 승자와 패자라는 구분이 의미 없게 만드는 치명적인 무기로 상호 패배의 전쟁으로 끝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핵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은 유일하게 상대방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2) 핵공포의 균형으로 억제 메커니즘의 작동한다

  학자들은 핵무기로 서로를 겨냥하던 냉전 시대를 돌이켜보면서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만든 일종의 메커니즘이 작동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이론적으로 처음 발표한 것이 하버드 대학의 토마스 셸링(Thomas C. Schelling) 교수의 “갈등의 전략”(The Strategy of Conflict)이다. 갈등 관계에 있는 국가들은 분쟁을 막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상대국가에게 치명적인 보복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하는 억제 전략을 선택한다는 이론이다. 그러니까 핵무기로 적국을 겨냥하면서 승리를 위해 핵을 사용하기보다는 상대가 핵 버튼을 누르지 못하도록 강력한 보복이 있음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이것이 인류가 핵무기의 공포를 통해서 자기도 모르게 깨닫게 된 최선의 생존 전략인 “억제 메커니즘”이다. 

출처=구글이미지

  이 억제 메커니즘은 어떻게 하든지 간에 지지 않고 살아남으려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것이다. 만약에 핵을 가지고 있는 상대 국가를 어떤 나라가 핵으로 공격을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1차 핵 공격을 받은 나라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보복 핵 공격을 할 것이다. 이른바 2차 보복 공격이다. 그러면 결과는 두 나라의 멸망이다. 그러므로 두 나라가 서로 1차 핵공격 능력이 있고, 2차 보복 공격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서로의 공격이 두려워 실제로 핵공격을 하지 못하는 상황인 “핵공포의 균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금방이라도 지구를 멸망시킬 것으로 보였던 냉전시대의 핵 경쟁이 핵전쟁으로 발전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이 잦아든 평화의 시대를 만든 이유라고 핵억제이론은 설명한다. 

2. 핵공포 균형이 만들어낸 경제 전쟁

  역사는 흐르고 항상 새로운 국면을 만든다. 냉전의 핵경쟁으로 핵공포의 균형이 이루어지자 미국과 소련은 핵공포의 균형을 깨고 주도권을 잡으려는 노력을 했다. 적국의 1차 핵공격 능력을 붕괴시키고, 2차 핵보복 능력도 와해하려는 핵억제 시스템이 나타났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발표한 SDI 우주방어계획이다. SDI는 “전략방위구상”(Strategic Defense Initiative)으로 적국의 핵 미사일을 요격하는 구상이다. 이것은 우주에서 소련의 ICBM을 레이저로 파괴하여 소련의 핵공격 능력을 봉쇄한다는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Starwars)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은 미국의 계획에 놀라 대등한 방어책을 마련하기 위해 매진했지만 역사는 그 노력이 미국과 소련의 대결을 핵 경쟁에서 경제력 경쟁으로 변화시킨 모멘텀이 되었다고 말해준다. 이유는 단순하다. 적국의 핵을 억제하려는 우주에서의 수단들은 결국 경제력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력에 미치지 못했지만 미국과 대등한 핵억제 수단을 따라잡으려는 소련의 노력은 소련의 국내 사정과 개방에 대한 역풍으로 결국 소련의 붕괴를 만들어 냉전시대 종식의 문을 열고 말았다. 

3. 핵억제이론으로 조망하는 워싱턴 선언의 의미

  핵억제이론과 이로 말미암아 미국과 소련사이에 일어난 경제력 경쟁과 소련의 붕괴는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핵 경쟁과 다른 점이 많지만 핵을 통해 생존의 길을 모색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베이스가 같기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워싱턴 선언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워싱턴 선언이 나타내는 의미 중 거의 대부분이 공감하는 바는 아래와 같다.

 

출처=구글이미지

 1) 한미와 북한의 핵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워싱턴 선언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많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한미와 북한과의 핵 경쟁이 이전보다 더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워싱턴 선언으로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치를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고해했고, 이제는 정치적인 수단보다는 군사적인 수단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잡겠다는 의도를 명확하게 천명했다. 
  이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미국의 태도의 변화를 의미하고, 한국의 북핵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대응 전략에로의 매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로서 미소 냉전시대에 핵 경쟁이 가속화된 것과 같이 한미와 북한의 핵 경쟁이 이전보다 더 심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해졌다.
  

  2) 핵억제 메커니즘이 강화되었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억제를 위한 메커니즘을 한층 더 강화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북한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응징이 있을 것이라 대통령의 입을 통해 천명했다. 그리고 다양한 수단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들의 한반도에 가시적 출현을 정례화했다. 이로 인해 북한은 물론 북한과 입장을 같이하는 러시아와 중국이 발끈하여 난리를 칠 정도로 핵억제 메커니즘이 이전보다 더 뚜렷하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 워싱턴 선언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미래

  워싱턴 선언의 핵억제 메커니즘이 더 견고해지고 더 강화되면 북한은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들게 되고, 바라지 않는 미래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이에 대한 답으로 미국과 소련의 핵경쟁이 종국에는 경제경쟁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사례를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고 아무 이득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때부터 경제 경쟁, 경제 경쟁을 유지하는 체제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1) 정치적 딜레마에 더 깊게 빠지는 북한의 핵

  강화된 한국과 미국의 핵억제 메커니즘이 견고하고 이상 없이 지속된다면 어떤 형태로든지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1차 핵공격을 막고 2차 보복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은 결국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전력을 다해서 핵에 몰입하는 것은 핵무기를 통해 이루기를 원하는 바람 두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는 정치적인 이득이다. 이것은 핵무기로 미국을 압박해서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와해시키고, 경제 제재를 풀어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군사적인 이득이다. 핵으로 한국 정부를 압박해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고, 결국 한국 정부를 핵무기의 압박아래 두어 종속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의 정착지점은 적화 통일로 이어질 것이다.

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이러한 북한의 핵무기를 통한 정치적, 군사적 바람과 의도는 한국과 미국의 핵억제 메커니즘이 강화되어 북한에게 보복적 핵공격을 충분히 가할 수 있게 되면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망상이 되어 버린다. 한국이 미국과의 협력으로 “핵공포의 균형”을 만들면 북한의 핵은 오히려 자기들의 목을 누르는 사슬이 될 것이다. 만약에 북한이 이전보다 핵 공격력을 더 강화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핵억제 메커니즘은 더욱더 강화되어 워싱턴 선언보다 더 강력한 핵억제 정책을 만들어 낼 것이고 동시에 북한에 대한 제재는 더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서 얻으려는 바람은 이전보다 더욱더 소원하게 되고 핵무기가 목줄을 더욱더 강하게 눌러 숨쉬기가 더 어려워지는  딜레마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2) 한국과 북한의 새로운 체제 경쟁, 경제력 경쟁의 심화 초래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력을 가지게 되면 북한은 핵무기를 통해 얻으려는 이득들을 상실하는 딜레마에 빠져 결국 새로운 체제 경쟁의 레이스에 서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통해서 얻으려는 이득들이 불발이 되면 결국 북한의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안정으로 이룰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한국과 새로운 경제 및 체제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북한에 대한 억제 메커니즘으로 야기되는 신 체제 경쟁에서 북한은 시간이 흐를수록 절대적으로 분리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과 소련의 경우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역사적 교훈이다. 미국과 한국이 협력을 해서 북한에 대한 억제 체제를 확고하게 구축을 해서 이것을 장기적으로 유지한다면 북한은 과거 소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열악한 정치, 경제 상황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된다.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억제 메커니즘이 작동을 하면서 소련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지고 소련의 약한 경제력은 군사력을 더 이상 뒷받침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소련은 내부로부터 붕괴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소련의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1956년 헝가리 혁명 당시 노동자들에 의해 파괴된 스탈린 동상

  관건은 북한의 핵에 대해서 한국과 미국이 확고한 억제 체제를 구축하고, 이것을 장기적으로 유지해 나갈 수 있는가이다. 이것이 가능하면 북한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내적인 와해 현상이 일어나 스탈린의 동상이 땅바닥을 무너져 내린 것처럼 김일성의 동상이 무너져 내릴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5. 워싱턴 선언의 미래적 가치를 바라보며 

  개인적으로 워싱턴 선언으로 이루어진 한국과 미국의 핵억제 메커니즘은 부족한 점이 많다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한 걸음에 천리길을 걷는 방법은 없다. 워싱턴 선언이 북한 핵에 대한 억제 메커니즘의 시작이 되어서 점점 더 고도화된 핵 억제 능력으로 북한을 더 깊고 깊은 딜레마의 늪에 빠지도록 만들 수 있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자체 핵무장 이상의 효과를 만들어 한반도에는 평화가 유지가 되고, 북한은 내부로부터 변화할 수밖에 없는 개혁, 패레스트로이카의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우리 민족 모두가 염원하는 평화 통일의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