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발언이 민주주의라면

 

암컷 발언이 민주주의라면

 

 

  최근 민주당의 수컷 최강욱이 대통령 영부인을 암컷이라 비하하고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항변하는 일이 있었다. 암컷이라는 용어를 사람에게 사용하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상식적인 금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암컷 발언은 특정인 한 사람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여성 전체에 대한 비하라는 여론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런데 암컷 발언을 한 수컷은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골 때리는 논리를 펼쳐서 가관이 아님에 가관이 아님을 더했다.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짐승처럼 비하하고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적 발상과 태도로 합당한 것이라는 논리를 제시한 것이다. 과연 이런 도식이 민주주의적 발상일까?

 

 

 

 

1. 암컷은 욕설이다.

  암컷 발언과 차원이 같은 “ㄱ새끼”를 생각해 보자. “ㄱ새끼”라는 단어는 우리 민족의 아주 오래된 욕설이다. 이 말을 듣고 욕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민족의 정서를 가진 사람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 단어는 우리만의 욕이 아니다. 서양 욕설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

 

  그러면 왜 동서양을 막론하고 “ㄱ새끼”가 욕설이 되었을까? 국어나 언어학을 전공하지 않아서 “ㄱ새끼”가 욕이 된 이유는 모르지만 사람을 인간 이하로 비천하게 하대하기 때문에 욕이 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우리는 누군가를 인간 이하의 비천한 미물로 하대하는 방법으로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는 욕들을 많이 사용한다. 외모가 못생긴 것을 옛날에는 “메주”에 많이 비유했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오징어”에 비유한다. 미련하고 우둔한 것을 “돼지” 또는 “똥돼지”라고 비하하는 말도 있다. 이 모든 욕설들은 인간을 비천한 동물에 빗대는 것이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누군가를 “암컷”이라 칭하는 것은 문학적인 비유가 아니라 분명히 욕설이다.

 

 

 

2. 사람을 동물에 빗대는 욕설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훼손한다.

  하지만 이런 욕설들을 남발하면 지금은 경을 치게 된다. 예전에는 어른이나 상사가 욕을 하면 아이들이나 부하는 듣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듣는 문화였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부모가 자녀에게 욕을 해도 학대로 처벌을 받는 시대이니 어른이라고 선생님이라고 상사라고 함부로 욕을 했다가는 이유는 어떻든 간에 큰 코를 다친다.

 

  그러면 왜 이렇게 욕설에 대한 반응이 바뀌었는가? 그것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의 가치가 그 어느 때보다 발달된 시대를 살기 때문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개인의 자유와 행복 증진을 최고의 가치로 보고 인권 옹호에 최선을 다한다. 우리나라도 이 부분에는 그 어떤 나라보다 선진 대열에 서있어 인권 남발로 사회 기강이 무너진다는 우려와 불만 여론이 일어날 정도이다.

 

  어쨌든 오늘날 전 세계가 이렇게 개인의 자유와 행복 증진을 최상의 가치로 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세계를 이끄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민주주의적 가치관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국민이 주인이라는 정치 체계다. 국민이 주인이면 국민을 이루는 개인 한 사람이 주인이다. 개인 한 사람이 국가의 주인이라면 개인의 인격과 그의 권리는 국가가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최상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바로 이 민주주의적 가치관이 인류가 살고 있었던 그 어떤 시대보다 가장 발달된 시대가 우리가 사는 지금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욕을 들으면 나를 업신여긴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화를 내었다면 지금은 나의 인간적인 존엄성과 인격적 고귀함을 허물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정체성이자 시스템인 민주주의를 허무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분노한다.

 

 

 

3. 반려견을 보고 “ㄱ새끼”라고 말하면 신고당할지 모르는 시대

  이런 인식은 기성세대에게는 적응하기 힘들 정도로 급속하게 퍼졌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거론되었던 어린이나 여성 비하 문제는 물론 인간과 친근한 반려 동물의 권리에 대한 것으로도 전이될 정도가 되었다.

 

  이젠 동물을 학대하면 철창신세를 진다. 반려견에게 목끈을 하면 보는 사람들이 이맛살을 찌푸린다. 화난다고 지나가던 개를 걷어차면 고소당하고 위약금을 물어주어야만 하고, 주인 없는 길냥이를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학대하거나 죽이면 수갑을 찬다. 예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황당한 일들이다.

 

  이제는 예전의 사고방식대로 다른 사람의 재산이나 재물에 해를 끼쳤기 때문이 아니라 반려 동물의 권리를 침해했기 때문에 처벌을 받는다. 반려 동물에 대한 침해는 반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의 권리와 맛 물려 해석되는 것이 지금 우리 시대이다.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지나가는 반려견을 보고 “야 저 ㄱ새끼 봐라”라 말하면 경찰에 신고당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것은 반려견을 비하하므로 반려견주를 모욕하는 인권침해적 도발로 들리기 때문이다. 이젠 “ㄱ새끼”를 “ㄱ새끼”라고 부르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개개인의 자유와 행복 증진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주의적 사고방식의 발전이 만들어 놓은 결과가 그렇다.

 

 

 

4. 여성을 암컷이라 표현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그런데 한 여성을 암컷이라고 칭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수컷이 있다. 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민주주의라 했으니 민주주의를 동일하게 신념 하는 사람으로 그를 수컷이라 부른다. 그러면 그 반려자는 무엇이라 부르고, 자녀들을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 수컷은 이 호칭들도 거리낌 없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 수컷이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수놈은 민주주의를 모른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놈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이끄는 정치인의 자리에 앉아 암컷 발언을 민주주의라 말하니 개판이 오 분 전이다. 그런데 그 수놈의 암컷 발언을 듣고도 가만히 있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있다. 그 안에는 여성 인권 운동을 하는 암컷들이 있다.

  게다가 그 수놈의 암컷 발언을 듣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 수놈에게 권력과 금력을 주니 참으로 ㄱ같은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