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주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렸을 때 유난히 재미있게 본 만화영화가 있다. ‘우주소년 빠삐’와  ‘유성 가면 피터’라는 만화영화로 내 기억에는 우주를 날아다니던 빠삐와 유성가면의 모습이 너무나 황홀하고 부럽게 보여 지금까지도 타이틀 곡이 정확하게 기억난다.

  그래서 1977년 9월 5일 지구를 떠난 보이저 1호가 46년이 지난 지금 인류가 보낸 인공물로는 가장 먼 우주로 여행 중이라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현재 보이저 1호는 하루에 약 147만 km의 속도로 태양으로부터 약 240억 km가 떨어진 우주를 달리고 있다. 약 1만 6,700년 후에는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센터우리’를 지나칠 것으로 보인다. 보이저 1호의 여행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주의 끝에 도달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정말로 짜릿한 느낌을 참을 수가 없다.

 

우주의 왕자 빠삐와 유성가면 피터

  흥분을 잠시 누르고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것은 우주의 끝은 존재하는가이다. 그래서 인류는 지금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우주선을 개발해서 우주의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질문이 따라온다. 그렇게 된다면 그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우주로 탐험의 길을 떠난다면 어떤 느낌이 들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첫 번째 질문에 대해 현대 과학자들은 시원한 대답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인류가 우주의 끝까지 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impossible”이라 대답한다. 이는 이제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한 다양한 과학적 이론에 근거한 결론이다. 상상의 영역을 떠나 이제는 과학적인 영역에서 어린 시절 꿈에 그리던 우주여행에 대해 생각해 본다.

 

1.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주에 대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우주는 끝이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 말한다. 실제로 검증된 바가 없는 것은 물론 이론적으로 통합된 가설도 없기 때문에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 질문에 대해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대답한다. “관측 가능한 우주”(observable universe)는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를 의미하는 말이다. 현재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반지름이 465억 광년인 구 형태라 설명된다.

  그런데  “관측 가능한 우주”는 현대 과학의 도구들로 관측이 가능한 우주의 크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관측 가능한 우주는 빛의 속도보다 우주의 팽창 속도가 더 빨라지는 지점 안쪽을 의미한다.

 

관측 가능한 우주

 

  현대 천문학은 우주가 소위 말하는 암흑에너지(Dark Energy)로 인해 팽창하고 있으며,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팽창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며, 우주의 팽창 속도는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고 가정한다. 그러니까 우리 지구를 중심으로 볼 때 팽창하는 우주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빨라 빛의 속도를 추월하는 지점이 생긴다. 이 지점은 우주가 빛보다 빠르게 지구로부터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특정 물체가 내는 각종 파장 등의 신호들은 '원리상' 현재 우리 지구에 닿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 지점 이상은 인간이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도 관측을 할 수 없다.

  과학자들은 그 지점을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465억 광년이 되는 지점이라 예측한다. 따라서 관측 가능한 우주의 범위는 지구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465억 광년(약 4.399 ×10의 26승 m)의 구 모양을 이루게 된다.

  현시점에서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멀리서부터 온 빛은 138억 년 전에 출발한 빛이라고 한다. 그 빛이 우리에게 오기까지 걸린 138억 년 동안에도 우주 공간은 계속해서 팽창했다. 그래서 138억 년 전에 빛이 출발한 지점과 138억 년 동안 지구와 멀어진 현재 거리는 138억 광년보다 훨씬 큰 465억 광년으로 길어졌다. 따라서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경은 빛이 실제로 여행한 거리인 “광행 거리(light travel distance)”인 138억 광년으로 표기하기도 하고, 138억 년 전 빛을 보낸 우주가 현재 팽창하여 우리가 관측 가능한 범위의 끝자락을 넘어간 거리라 예측되는 465억 광년을 동행거리(comoving distance)라 부르기도 한다. 

 

2. 관측 가능한 우주 밖에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만약에 지금 관측 가능한 우주 경계 저편에 외계인이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우리 인류나 외계인이 직접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 외계인이 관측 가능한 우주 안에 존재했던 138억 년 전의 모습만을 볼 수 있고, 마찬가지로 관측 가능한 우주 경계 밖의 외계인도 138억 년 전의 우리들의 모습만을 볼 수 있다.

 

영화 "미지와의 조우"에서 인류에게 외계인이 나타나는 장면

  최근 과학자들은 인류의 출현을 500만 년 전이라 가정한다. 그렇다면 관측 가능한 우주 경계 밖의 외계인들은 지구와 우리 은하의 초기 모습을 관측할 수 있어도 지금 지구 위에 사는 인류에 대해서는 관측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지구인인 우리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주 경계면 저편의 외계인이 138억 년 이전에 존재했다면 우리는 그 외계인의 존재를 관측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그들이 지금 존재하고 있어도 그들을 인식할 수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외계인이 우리에게 찾아오지 않는 이상, 외계인이 존재하더라도 우리는 외계인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3. 우주론적 사건의 지평선 안의 우주

  관측 가능한 우주를 알게 되면 “우주론적 사건의 지평선”(cosmic event horizon)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에 관심을 가지지게 된다. 이 단어는 우주의 팽창이 암흑에너지에 의해서 점점 더 빨라져서 점점 더 많은 우주의 영역이 관측 불가능 영역 밖으로 사라지는 사건을 의미하는 말이다.

  암흑 에너지로 인해 우주 공간이 팽창해서 모든 은하는 서로 멀어지고 있으며, 서로 간의 거리가 멀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면 우리 은하와 어떤 외부 은하 간의 멀어지는 속도가 광속을 넘게 되는 거리가 생기고, 결국 외부 은하에서 출발한 빛은 물리적으로 지구에 영원히 도달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를 우주론적 사건의 지평선이라 부른다.

 

은하가 보이는 우주의 지평선

  과학자들은 관측 가능한 우주 중 우주의 사건의 지평선 안에 있는 우주는 지금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 전체의 6%여서 나머지 94%는 우리에게 과거의 모습만을 보여줄 뿐 실제로는 절대로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라 계산한다. 지금 6%의 사건의 지평선 내에 있는 우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것이고 결국 약 1,500억 년 정도가 지나면 대부분의 외부 은하군이 우주론적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것이고 우주론적 사건의 지평선 내에는 국부 은하군만이 남을 것이라 예상한다.

 

4. 빛의 속도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인류가 빛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든다 해도 우주론적 사건의 지평선 내의 우주, 즉 관측이 가능한 우주의 6% 이하의 우주만을 여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 태양계가 속해있는 국부 은하군에서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마페이 은하군은 1100만 광년이 떨어져 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우주선을 만든다고 해도 1100만 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다. 이것이 실제로 가능하려면 인류의 수명을 100년이라 본다면 인간의 수명이 1천 만년 이상 길어지든지 우주선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1천 만배 이상 빨라져야 한 사람의 생애 내에 단 한 번의 편도 여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우리가 만화 영화나 SF 영화에서 상상하던 것들을 통해서 가능하다. 빛의 속도를 엄청나게 능가하는 우주선을 만든다든지, 시간과 공간의 차원을 순식간에 뛰어넘는 웜홀을 발견하는 방법 등이다.

  하지만 현대 과학의 능력으로는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그런 물질을 발견하더라도 그것을 우주선에 이용하는 고도화된 문명은 어느 수준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또한 웜홀은 아직 존재 자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상의 산물이다.

 

5. 우주 끝까지 여행을 상상하며

  어릴 때는 끝이 없는 우주를 상상하며 꿈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 아주 좋았다. 하지만 이제는 동일한 상상을 하며 순간 반짝하다 사라지는 인생의 찰나가 귀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꿈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 실망이 커지는 법이다. 이를 이기는 방법은 커다란 꿈을 꾸는 나 자신과 지금 현재를 소중히 여기는 방법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구약 성경 전도서를 보면 지혜의 왕, 솔로몬은 비록 우주는 아니지만 인간사 전반을 살펴보다 비록 순간 밖에 살 수 없는 존재이지만 영원을 상상하는 인간의 마음을 발견했다. 그는 영원을 상상하는 능력을 준 하나님의 섭리에 놀라면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영원한 상상의 능력을 오늘 현재 기쁘고 선한 삶으로 치환하는 지혜를 배웠다 말했다.

  비록 인류가 우주의 끝이 무엇인지 모르고 그곳에 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솔로몬이 말한 것처럼 우주와 영원을 상상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기쁘고 선하게 사는 삶을 배운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생각한다. 아마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이런 의미에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는 이러저러한 현상이나 이러저러한 원소의 스펙트럼에 관심이 없다. 나는 조물주의 생각을 알고 싶다.”

  전도서 3:11-13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을 또한 알았도다”